Sweet한돌2018-09-20 17:48:13

<하스스톤> 운고로에서 마녀숲까지, 파란만장한 굴단의 역사(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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떄는 가젯잔 말, 해적과 비취를 필두로 한 역대 최악의 메타가 끝을 기다릴 무렵이었다. 영웅들은 새로운 확장팩과 그로 말미암은 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확장팩은 새로운 정규전 로테이션과 함께 찾아왔기에 더욱 특별했다. 굴단 역시 야생으로 떠나보내야 할 카드를 꿰며 자신의 미래를 점치고 있었다. 임프 두목, 어둠의 행상인, 악마의 격노 등 저렴한 위니 카드와 컨트롤 흑마의 존재 이유인 리노 잭슨이 작별을 고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리노 잭슨. 하스스톤에 유례 없는 파장을 불러온 전설 카드다. 가젯잔에 들어서는 카자쿠스가 나오면서 마법사와 사제도 리노 덱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한 직업은 역시 흑마법사다. 그런 리노 잭슨의 야생행은 누구보다도 굴단에게 뼈아픈 일이었다. 화염 임프를 비롯해 그럭저럭 괜찮은 오리지널 카드진과 하스스톤을 통틀어 최고의 영웅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리노 잭슨의 야생행이 굴단의 몰락을 이끌지도 모른다는 것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지만.


굴단은 조심스레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컴퓨터의 전원을 켜 새로운 소식을 확인해 보았다. 그러자 굴단의 눈앞에는 '명예의 전당'이라는 글자가 놓였다. 이제 기본 카드와 오리지널 카드도 야생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2년 넘게 하스스톤의 주요 캐릭터로 활약하던 라그나로스와 실바나스가 야생행을 선고받았다.


굴단은 불안에 사로잡혔다. 자신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본 카드를 훑어보며 미래에 대한 안심을 얻지 않았는가. 굴단은 은근한 걱정과 함께 스크롤을 내렸다. 하늘빛 비룡 뒤에 직업 카드 란이 보이자 은근한 걱정은 곧바로 명확한 두려움이 되어 엄습해왔다. 아니나 다를까, 위니 흑마의 폭발력을 책임지던 압도적인 힘이 명예의 전당에 가게 되었다.


리노 잭슨의 야생행까지는 감당할 수 있었다. 한참 전부터 예고되어 있었고 일이 수틀리면 위니 흑마로 전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니 흑마가 받는 타격은 치명적이었다.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버팀목인 위니 흑마가 건재할 때나 유효한 이야기였다. 쏠쏠하게 써먹던 카드가 죄다 야생으로 가고 더해서 압도적인 힘까지 야생으로 간다면 배제하고만 있던 굴단의 몰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남아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확장팩에서 좋은 카드를 받으면 되지 않은가. 그리고 땅굴 트로그와 토템 골렘을 잃는 주술사에 비해서는 한참 나았다. 몰락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은 몰락의 확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굴단은 마음속의 불안을 떨쳐 버리고 자신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뒤 새로운 확장팩이 공개되었다. 굴단은 조심스레 자신이 받을 카드를 살펴보았다. 락카리 제물, 락카리 지옥사냥개, 여왕 자바스... 이번에는 버리기 흑마법사를 한번 써보라는 뜻으로 여겨진다. 나쁘지 않다. 탐탁지 않은 카드도 있지만 확장팩의 모든 카드가 좋을 수는 없다. '보너스의 의미가 있는' 락카리 제물부터 새로운 버리기 연계 카드까지. 만약 버리기 아키타입이 실패하더라도 데빌사우르스 알과 굶주린 테러닥스로 위니 흑마의 부활을 꿈꿀 수 있다.




4월 7일, 마침내 운고로를 향한 여정 확장팩이 출시되었다. 굴단뿐 아니라 많은 하스스톤 유저가 리노 잭슨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이어 하스스톤에는 수많은 변화가 찾아들었다. 세 개의 확장팩(모험모드 포함) 야생행, 그리고 처음 실행되는 명예의 전당 시스템, 그 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확장팩의 등장. 메타는 격동기에 접어들었다. 굴단도 이런저런 카드를 챙겨 새로운 덱을 만들었다.


첫 시도는 실패였다. 너무 무리하게 버리기 카드를 집어넣은 탓인지 어그로 덱을 막지 못했다. 굴단은 해적 전사에게 몇 차례 명치가 터지면서 덱을 조금씩 고쳐나갔다. 별로다 싶은 버리기 카드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안정적인 카드를 넣어 실전성을 보충했다. 하지만 큰 발전은 없었다. 여전히 어그로 덱을 만나면 순식간에 명치를 내주었으며 컨트롤 덱을 만나면 퀘스트를 깨기 위해 허둥지둥하다 적의 승리 플랜을 견제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예 퀘스트조차 포기하고 예전처럼 초반 필드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버리기 관련 카드는 공격성이 있는 파멸수호병, 영혼의 불꽃 정도와 초반 필드에 도움이 되는 식기 골렘 정도만 넣고, 어둠골 원로원 등 작은 하수인과 어울리는 카드를 넣어 가벼운 위니 흑마를 구성했다. 적어도 퀘스트 흑마보다는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다른 어그로 덱보다 느리고 약했다.


굴단은 위니와 버리기의 굴레를 벗어나 아예 가젯잔 때처럼 컨트롤 덱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리노 잭슨이 없더라도 한 장밖에 넣지 못해 늘 아쉬움을 남긴 산악거인과 황혼의 비룡을 두 장 쓸 수 있었고, 운고로에서 받은 커다란 칼날잎새도 컨트롤 흑마에 어울리는 카드였다. 도발을 부여하는 성난태양 파수병, 하수인 하나의 스탯을 복사하는 얼굴 없는 불가사의 등은 커다란 칼날잎새의 높은 스탯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메타를 주도하는 전사와 도적에게 불리했고 이미 덱 파워도 모자랐다.


지루하고 기나긴 굴단의 장기 집권은 막을 내렸다. 굴단을 지탱하던 두 개의 아키타입이 연이어 무너졌으며 새 확장팩에서 받은 아키타입도 처참히 실패했다. 굴단은 하늘을 바라보며 현실을 직시했다. 더 이상 누구도 굴단에게 칭찬을 건네지 않았다. 남은 것은 오로지 혹평과 무관심뿐이었다. 여론과 권위적인 사이트가 모두 동의한 운고로의 '황금 밸런스'라는 단어는 야속하기까지 했다. 운고로에서 흑마법사는 옥의 티였다. 굴단은 미약한 자신의 영향력과 그리고 그마저도 '티'에 불과한 신세에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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